(젤리그 포스터 3종세트. 포스터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한다. 포스터 역시 걸작이다.)
★★★★★
젤리그 (zelig, 1983)
각본, 감독/ 우디 알렌
출연/ 우디 알렌 (제나드 젤리그 역)
미아 패로우 (닥터 에도라 플레처 역)
1983 뉴욕 비평가 협회 촬영상 수상. (고든 윌리스_ 대부2도 그가 촬영했다.)
눈치채셨겠지만 내 블로그 문패가 '젤리그'이다.
내가 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본 영화를 감상 후, 난 '뻑'이 가고 말았다.
온 몸이 3만 볼트 전류에 감전되었고 유체이탈해서 달나라까지 다녀온 기분이었다.
내 인생의 10대 영화 안에 들어가는 작품.
별 다섯개가 아닌 열 개라도 주고 싶은 작품이다.
우디 알렌!
은근히 그의 영화를 많이 봤다.
돈을 갖고 튀어라(1969), 바나나 공화국 (1971),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1972),
애니 홀 (1977), 맨하탄 (1979), 젤리그 (1982), 카이로의 붉은 장미 (1985),
한나와 그 자매들 (1986), 뉴욕 스토리 (1989), 브로드웨이를 쏴라 (1996),
에브리원 세이 아이 러브 유 (1997), 스몰 타임 크룩스 (2003), 애니씽 엘스 (2005),
매치 포인트 (2006), 스쿠프 (2007), 왓 에버 웍스 (2009),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2009) 등등....
그의 농담에 박수치고
그의 신경질에 낄낄거리고
그의 컴플렉스에 피식거렸는데...
이 천재 감독의 영화 중, 단연 최고는 '젤리그'이다.
영화 도입부는 뉴욕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는 제리그의 씬이다.
그가 무슨 일을 했길래 이런 대접을 받는 걸까?
뒤에 그 이유가 나온다.
한 남자의 기절초풍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 트랜스포머 젤리그의 변신 세트)
젤리그는 '인간 카멜레온'이다.
보스톤 액센트로 쿨리지 대통령과 얘기하는 공화당원에서, 주방장 보조와 얘기할때는
일반적인 상스러운 말투인 민주당원으로 변신한다.
뉴욕 양키스 야구선수, 갱의 두목, 흑인 연주자, 인디안, 고도 비만...
그의 변신은 끝이 없다.
당연히 세간의 화제가 되고 그의 '병'에 관심이 쏠린다.
정신병리학자 플레처 (미아 팰로우, 우디 알렌의 전처)가 임상실험에 나서고
그녀는 젤리그가 유년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볼링장에서 기식하는 생활을 했으며,
친구들에게 유태인이라고 놀림을 당한 것을 알게된다.
젤리그의 동생은 신경쇠약 환자였고 누나는 좀도둑에 알코올중독이다.
아버지가 남긴 기가 막힌 유언은 '세상에 속지 말라.'는 것.
닥터 플레처는 '젤리그 현상'을 생리적 장애가 아닌 정신병적 요인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하는데, 언론과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왜 당신 내부에 여러 개성이 공존하죠? 당신 생각을 듣고 싶어요.”
“안전하거든요.”
“그게 무슨 뜻이죠?”
"안심이 되요. 다른 사람처럼 되면요. 사람들 맘에 들고 싶어요.”
젤리그는 그저 누군가로 변신해서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가 변신하게 된 계기.
친구들이 백경(moby dick)을 읽어봤냐란 질문에 거짓으로 읽은 척 한 것이
변신의 시작이다.
이 영화는 한 왕따 인간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젤리그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고 그의 캐릭터는 시계, 책, 젤리그 인형 등으로
만들어 지고 뮤지컬 공연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누이와 애인은 젤리그를 이용해 부자가 된다.
그러나 모든 유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진다.
젤리그는 다시 꼭두각시 괴물에 불과한 자신의 외로움을 느낄뿐이다.
닥터 플레처의 끈질긴 치료 끝에 젤리그의 카멜레온 증세가 완쾌된다.
더 이상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게 된 것.
젤리그는 닥터 플레처와 함께 다시 유명해 진다.
(젤리그 인생 '업 앤 다운'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 카멜레온을 치료해서 유명인이 된 닥터 플레처 엄마의 인터뷰 장면.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의학계 천재를 키운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무지 말도 안듣는 변덕스러운 아이였고
자신의 남편은 우울증에 술고래였다는 엉뚱한 얘기를 한다.
누구처럼, 어릴 적부터 동네 신동이었으며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였고,
노력 끝에 하버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런 가식을 우디 알렌은 지구 밖으로 뻥~~ 차 버린다.
젤리그와 플레처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러나 요절복통 스토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그들의 결혼식을 2주일 앞두고 전직 쇼걸이 젤리그의 아내였다고 주장하고 나선다.
젤리그가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 때 결혼했던 것.
그런데 결혼 상대가 한 두명이 아니다.
가게 판매원, 흑인 등등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지는데
젤리그는 중혼에 간통, 심지어 교통사고, 기물 파괴, 이빨 발치 소송까지.
(그가 치과의사로 변했을때 멀쩡한 이를 뺐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한 순간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젤리그는 사회악이다.)
'업' 절정에서 다시 '다운'하는 젤리그는 그리스 식당에 갔다가 그리스 사람으로 변신한다.
그의 증세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후 젤리그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플레처는 젤리그를 찾아 나서고 그가 발견된 곳은 독일 베를린.
(자신을 찾아온 플레처를 보고 손을 흔드는 젤리그)
히틀러의 선동정치 무대는 젤리그의 엉뚱한 행동으로 인해 엉망이 되고
화가 난 히틀러는 젤리그 체포 명령을 내린다.
젤리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까?
조종사였던 플레처 덕분에 조종사로 변신하여 비행기를 몰고 탈출한다.
거기에 무착륙 대서양 횡단 신기록을 작성하는 쾌거까지 이룬다.
뉴욕에서 카 퍼레이드가 이어지고 무공훈장까지 받는 영화 앞 장면의
이유가 이것이다.
젤리그와 플레처는 결혼하고 영화는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젤리그는 임종때 자신은 꽤 괜찮은 삶을 살았으며, 단 한가지 성가신 일이 있다면
죽기 때문에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소설 백경에서 흰고래가 언제 등장하는 지
못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우디 알렌의 강펀치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순이 남편, 신경쇠약 진전의 환자같은 표정, 외소한 체구의 할배,
어린 시절 아픈 기억과 열등감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영화 감독, 우디 알렌.
그의 왕성한 작품활동에 경의를 표하고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걸작.
'젤리그'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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