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6) 어찌 찬양하지 않겠는가 '화양연화'



★★★★★

 

 

 

어찌 찬양하지 않겠는가 화양연화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

 

각본, 연출/ 왕가위

  출연/ 양조위 (차우)  -- 2000 칸느 영화제 남우주연상

                 장만옥 (리첸)

 음악/ 마이클 갈라소, 우메바야시 시레구.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리판빙



2002 전미 비평가 협회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

2002 뉴욕 비평가 협회상 최우수 외국영화상, 촬영상

2000 유럽영화상 비유럽영화상

 

 



화양연화는 문자 그대로‘가장 황금기 시절’을 뜻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주…

홍콩의 상하이 이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 아파트에 두 가구가 이사를 온다. 지역신문 편집장 차우 (양조위) 부부와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는 리첸 (장만옥) 부부가 그들이다. 남편이 사업상 일본으로의 출장이 잦은 리첸과 아내가 호텔 근무로 자주 집을 비우는 차우는 아파트 주변에서 자주 얼굴을 부딪치면서 절친한 이웃지간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차우는 리첸의 핸드백이 아내의 것과 똑같음을 발견하고, 리첸 역시 차우의 넥타이가 남편의 것과 같음을 확인하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의 배우자가 서로 사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배신감에 흐느끼는 리첸을 위로하면서 차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깨닫고, 리첸 역시 자신의 마음이 점점 차우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느끼는데...


이 영화는 줄거리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

그저 감정대로, 느낌대로 흘러가는 영화일 뿐이다.
양조위는 촬영하면서도 자신이 어떤 영화를 찍고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왕가위 감독 조차도 완성되기 전에는자신도 모르는 영화라고 했을 정도이다.
(솔직하다. 완성 전엔 그 아무도 모른다.아바타를 촬영하면서 카메룬도 그랬다. 내가 뭘 찍는 거지?)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악일 것이다.
'유메지의 테마'와 냇 킹 콜이 부르는 '키사스,카사스,키사스'(Quizas, quizas, quizas)




(아... 이 국수골목에 가보고 싶다. 자세히 보면 장만옥 옆에는 등만 흔들린다. 어찌 그녀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장만옥이 가고 곧이어 화면 속으로 양조위가 등장한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대이다. 그리고 점프컷으로 둘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적어도 3일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 왕가위는 시간을 다루는데 천재임이 분명하다.)


왕가위는 마치 음악을 선정하고 영화의 스토리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감정을 극대화한 슬로우모션.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단조로운 이야기를 놀라운 점프컷으로 보여주며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템포감 또한 월등하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그림의 영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촬영이 기막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도일이 우리나라에서 '모텔선인장'이란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영화는 촬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조명, 아트, 연기 등등 이 모든 것을 왕가위는 고민했고 그걸 스크린에 펼쳐놓았다.
왕가위, 양조위, 장만옥, 이 세 사람은 말 그대로 당대의 화양연화를 선사한다.


왕가위가 기자회견에서 말하길
'화양연화'는 중국차 한잔을 마시는 것과 같고
'중경삼림'은 코카콜라 병처럼 상쾌하고
'해피투게터'는 자신에게 탱고를 떠올리게 하고
'2046'은 아름다운 아편과 같다고 했다.

어느 평론가가 왕가위의 열혈남아인 정성일에게 비꼬듯 물었다. 왕가위 영화가 좋은 건 알겠지만
당신은 왜 그토록 왕가위를 찬양하는 신도가 됐느냐? 정성일 왈
그의 범작이 다른 감독 대표작보다 나은데 어찌 찬양하지 않겠느냐.
그의 대답이었다.


요즘 중경삼림에 나오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과 같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왕가위 감독.
그러나 그는 여전히 존경받고 찬양할 수밖에 없는 위대한 시네아티스트 임에 분명하다.
더 이상 걸작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가 이미
인류에게 던져놓은 영화만으로도 우린 행복하다.


이 영화를 다시 본 계기는 '문득'이었다.
내가 본 영화 목록을 정리하면서 문득 다시 보게 되었는데
10년 전에 봤던 감상적인 느낌을 벗어나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아울러 비교되는 영화가 자연스럽게 허진호의 외출이었다.

(허진호를 왕가위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기도 하지만)

외출과 화양연화가 다루는 외연의 소재가 같다는 점에서

그러나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비교를 하게 되었다.

(, 허진호 그를 어찌하란 말인가)




그리고 또 하나. 스타일의 문제.

왕가위는 모든 스토리를 스타일로 보여준다.

근래 그가 부진한 이유는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내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전 작품을 뛰어 넘는 스타일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어찌보면 우디 알렌 형님이 현명하다.

형식보다는 자기가 뭔 소리를 하느냐만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도 변하고 사랑 또한 변한다.

그러나 마음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랑 하나쯤은

우린 간직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왕가위 형님 처럼 담배연기를 잘 찍는 감독도 드물다.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엄청난 간지포스로 담배를 피운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며 목이 아플정도로 많이 피웠다.)







* 그리고 같이 보길 추천하는 왕가위의 단편영화 '에로스'
   이 영화는 스티븐 소더버그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같은 거장들과 함께 만든 옴니버스 영화이다.
   단연 으뜸은 왕가위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