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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 경이롭다! '라 제테'




★★★★★




경이롭다! 라 제테


라 제테 (La jetee, 1962)


감독/ 크리스 마르케
프랑스 단편영화 28.

 



이 영화, 국내에 소개된 이름도 다양하다.
방파제, 환송대, 활주로, 통로
여기서는 그냥 라 제테라고 하겠다.

 

서울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 강남으로 나뉘는데 이는 다분히 계급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파리는 세느강으로 우, 좌로 나뉘는데 이는 정치적인 입장이다.
여기서 좌는 좌안파(Left Bank) 감독들을 말한다.
좌안파는 누벨바그와는 다르다.


카이에 뒤 시네마를 중심으로 프랑수와 트뤼포, 장뤽 고다르, 루이말이 누벨바그라면
좌안파는 포지티프에 열렬한 지지를 받은 알랭 레네, 조르주 프랑주,
아그네스 바르다 (앞서 이 할매의 영화 '이삭을 줍는 사람들과 나'를 소개했다.),
크리스 마르케 등을 말한다.
누벨바그가 중도우파의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면
좌안파는 급진적인 좌익이며 다큐멘타리 같은 실험적인 영화와 사회성을 띤 영화들을 만들었다.

 

크리스 마르케에 대해 알아보자.
1921년 프랑스 태생이며 살아계시다.
사진과 다큐멘터리, 소설과 시, 기행문, 설치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가장 독특한 영화 에세이 작가라고 할 수 있다
.
그의 영화는 감각적인 이미지, 현학적이면서도 시적인 내레이션으로 유명하다.
크리스 마르케는 시간과 이미지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의 사진집 북녘 사람들이 국내에 출간되기도 했다.



 
(50년대 후반 북한을 여행하며 기록한 사진이다.)




이제 영화로 들어가보자.



공항을 구경나온 한 소년이 어느 사내가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사내의 죽음을 보는 또 한명의 여자.




시간은 흘러
3차 대전 직후 황폐해진 파리를 보여준다.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전쟁 이전의 시간으로 누군가를 보내
식량과 보급품을 구해오고, 어쩌면 그들이 처한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찾 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시간 여행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다.





여기에 선택된 인물이 바로 이 남자.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어렸을 적 '기억'에 사로잡혀있다는 것.
이 남자가 공항에 있던 소년이었다.


그는 과거로 보내지는 시간여행을 하게된다.



과거로 돌아간 그는 영화 앞에 나왔던 여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데...

이때, 영화는 다시 처음 장면, 공항으로 돌아간다.





남자는 조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총에 맞아 죽게 되는데...
이를 보는 여자, 그리고 소년.
소년은 바로 자신이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얘긴가.
테리 길리엄이 이 영화를 보고 좀더 쉽게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12 몽키즈이다.
(라 제테가 무슨 영화인지 이해가 되시죠.)






더군다나 놀랍게도,
'라 제테'는
28분 동안 흑백사진과 내레이션만 나오는 영화다.
(위에 첨부된 사진은 동영상 캡처가 아닌 말 그대로 스틸이다.
사진집으로 출간되기도 했는데 불행히도 국내판은 없다.) 

크리스 마르케는 시공을 넘나들며 종말론적인 세상을 표현했다. 

난 이 영화를 보고 과연 '영화란 무엇인가'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영화들은 레퍼런스가 없다.
그리고 새로운 충격과 경험을 선사한다.
당신도 그런 경험을 맛보고 싶다면
무조건 보시길 강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