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좋은 포스터는 영화의 모든 것 말한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겠다.
한국용은 맘에 안든다. 참고로 일본 포스터도 괜찮아 소개한다.)
★★★★1/2
오 마이 갓! <시티 오브 갓 city of god, 2002>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룬드
2002 깐느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
2002 AFI FEST 최우수 관객상
2003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 노미네이션
(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각색상 )
2003 시카고 영화평론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2003 LA영화평론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2003 뉴욕 영화평론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2003 토론토 영화평론협회 외국어영화상 수상
2003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편집상 수상
IMDB 역대 영화순위 17위. 2000년 이후 작품으로는 3위다. (
펠레.
월드컵 최다
삼바.
리우 카니발 축제.
일반적인 브라질의 키워드들.
(여기서 리우는 리우데자네이루를 말한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이다.)
그러나 키워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그것은 바로 악명 높은 범죄.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브라질에선 무려 60만 명이 각종 범죄로 희생되었다.
뉴스에 나온 몇몇 사건들.
2006년 5월, 범죄조직 '제1도시군사령부'(PCC)가 191차례에 걸쳐
경찰서를 공격 및 73개 교도소 폭동을 일으켰다. -- 조직 이름 죽인다!
2009년 8월, 브라질의 유명한 텔레비전 범죄수사물을 진행하는 현직 정치인(3선 의원)이
시청률을 높이려는 목적과 자신이 관여한 마약조직의 경쟁 조직을 제거하려는 의도로
여러 건의 살인을 배후 조종했다. 그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다 연금사기와 석유 절도 등에
개입해 불명예 퇴직한 자다. -- 부패한 경찰조직과 타락한 정치인.
2009년 10월, 마약범죄집단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경찰 헬리콥터 한 대를 격추시켰다.
-- 대담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암봉 꼭대기 그리스도 상이 유명하다. 국민의 80%가 천주교 신자다.)
2008년 한 해에만 발생한 살인사건이 6000건에 이르는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악명이 높다.
상상을 초월한 범죄와 양극화로 인해 계급격차,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브라질의
슬럼을 ‘파벨라’라고 부른다. 그 중 최악의 파벨라는 바로 ‘시티 오브 갓’이다.
(영화 속 실재 리우 파벨라 거리)
역설적으로 '신의 도시'라고 이름 붙여진, 신이 버린 도시.
무법천지인 살벌한 도시에서 어린 소년들마저 갱단의 일원이 되어 권총을 난사한다.
갱단과 갱단 사이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고, 갱단과 경찰은 쫓고 쫓기는 것을 반복하는
(그런데 사실 경찰은 갱단의 뒤를 봐주는 부패한 집단이다.)
실로 무시무시한 곳이 바로 ‘시티 오브 갓’이다.
그 곳은 리우 인구의 10%가 살아가는 곳이기도 하며
그 곳 젊은이들 대다수가 마약상과 범죄집단에 연루되어있다.
영화 ‘시티 오브 갓’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근거로 해서 쓰여진 동명의 베스트 셀러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브라질의 유명 작가인 파울로 린스가 쓴 이 소설은 충격적인 소재와 탁월한 스토리로 인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며,
6개국어로 번역돼 12개 나라에 팔리면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이 되었다.
40년 넘게 중산층 백인사회에서 살아왔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원작을 접한 충격을 이렇게 회고한다.
“신문과 뉴스에서 봤던 파벨라의 모습은 온통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내 나라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다.
그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나를 가장 강력하게 변화시킨 순간이었다.”
메이렐레스는 이 영화를 제작한 가장 큰 목표가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좀더 많은 이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평생 단 한번도 파벨라를 거닐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메이렐레스는 파벨라에 정통한 전문가 카티아 룬드를 공동감독으로 섭외했다.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룬드
그녀는 시티 오브 갓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마이클 잭슨의 '데이 돈 케어 어바웃 어스' 뮤직비디오를 리우 내의 파벨라에서 제작할 당시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은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게 슬럼가의 내부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카메라에 담았으며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실제 이 지역 빈민가 출신의 아마추어 배우들을 과감히 기용했다.
스타일리쉬한 촬영과 감각적인 편집, 흥겨운 삼바음악까지 더해
영화는 마치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간다.
이 영화는 ‘MTV식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메이렐레스는 광고감독 출신이다.)
무거운 주제와 달리 영화는 삼바 춤을 추듯 화려하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배역들의 내면 속에 휘말리며 영화는 숨을 멎게 하고 공포를 자아낸다.
위대한 재능과 열정을 소유한 새로운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를 세상에 알린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덴은 "이런 압도적인 영화를 경험한다는 것은 광란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역시 호감을 표했다.
본 영화의 상세한 줄거리는 말하지 않겠다. (직접 보셔야 하니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도입부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화 포스터에 닭이 나오는 것을 기억하시죠?)
이 닭, 연실 불안한듯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다른 닭들은 식사용으로 죽어가고 이 닭은 묶여있다.
줄을 쪼아 간신히 도망치는데 닭 하나 잡겠다고 갱들이 총을 쏘며 쫓아온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닭이 하늘을 날겠는가.
경찰차가 등장하는데 오히려 닭은 깔려 죽을뻔한다. 간신히 닭은 주인공 앞에 서고.
주인공이나 닭이나 난감한 건 마찬가지. 앞에는 갱들. 뒤에는 경찰들이 서로 총을 겨눈다.
이때, 주인공의 나레이션.
“도망가도 죽고 가만히 있어도 죽는 도시가 ‘시티 오브 갓’이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예전부터 그랬다.”
닭은 다름아닌 파벨라의 주민들을 뜻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 경찰과 정부는 그들을 외면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며 '디스트릭트9'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진행되고 중반에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소년이 소년을 총을 쏴 죽인다. 갱들이 옆에서 시킨 것. 절규하는 소년의 표정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약 배달로 시작하여 다음 단계는 심부름 전령 노릇을 한다.
그 다음 단계는 망꾼. 연을 사용해서 경찰이 나타나는 것을 알리는 역할이다.
그 다음은 마약상, 일명 '안개'가 된다.
단속이 시작되면 안개처럼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란다.
여기서 좀더 크면 행동대장이 되고 계산에 밝으면 관리책으로 보스의 오른팔이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갱들 조직간의 전쟁이 벌어진 시티 오브 갓.
갱들은 양쪽 모두 큰 피해를 입고 대다수가 죽고 만다.
이 곳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소년갱들이 희희거리며 자신들의 거리가 됐다며 좋아라한다.
이들이 주고 받는 대사가 이렇다.
"코코아가 바라에서 세군데나 털었대."
"그 놈 없애자."
"로저는 누가 죽였지?"
"비프 짓이야."
"그 새끼 갈겨버리자. 그쪽 짱이랑 외국인 새끼들도 없애버리자."
"체리파는 어떡하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전부 제거해버리자."
소년들이 낄낄거리며 골목 속으로 사라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이 리우에서 개최된다.
또한 현재 경제규모 세계 8위인 브라질은 5년 뒤 세계 5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위한 투자를 빼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유·조선·물류 등
리우주(州)에 확정된 투자액만 650억달러"라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계획이 100억달러 이상 더 늘어났다"고 했다.
이런 비슷한 소리 어디서 많이 듣지 않았는가.
경제만 살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철학 없는 정치인, 부패한 경찰, 정직하지 못한 재벌들이 판을 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파벨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영화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사회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느낀 한 개인이,
깨닫고 행동하게 된다면 (투표라도 제대로)
세상은 조금은 덜 나빠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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