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2000)
감독/ 아그네스 바르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2002 전미비평가협회 다큐멘터리상
2001 LA비평가협회 다큐멘터리상
2001 뉴욕비평가협회 다큐멘터리상
버리는 사람들이 있으면 줍는 사람들도 있는 법!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있는 밀레의 유명한 그림. '이삭줍기'
이 그림은 결코 아름다운 자연과 목가적인 농촌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
이삭을 줍는 여인들의 무표정한 얼굴, 투박한 손.
삶을 위한 노동의 고단함을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 도입부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오르세 박물관 이 그림 앞에서
저마다 인증샷을 찍어댄다.
나 이 그림 봤다~
아름답네~
그러나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이삭을 줍는 이들의 삶에 집중한다.
허리를 90도로 꺾어 이삭을 줍는 여인들.
그들의 삶을 위한 고단한 노동.
아그네스 바르다의 디지털 카메라가 이삭줍는 이들을 조명한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이삭줍는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버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줍는다.
이 영화는 줍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버리는 우리들의 이야기 일 수 있다.
감독은 이삭줍는 사람들. 여기에 '나'를 붙였다.
바르다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주 신기한듯 이 기기를 사용하면서(2000년 작품이다.)
자유분방하게 찍어나간다.
중간에 절묘한 랩이 흘러 나온다.
가사 또한 현실을 직면하면서 형식또한 MTV못지 않은 놀라운 재미를 선사한다.
(이때 그녀는 이미 할매 나이다.)
집시, 노숙자, 거지, 히피족, 어느 평범한 가족들....
이들은 단지 버려지는 것 (음식, 물건)이 아까워 줍는 사람들 일뿐.
이 영화는 앞서 얘기했듯 줍는 사람들을 보여주지만
그녀의 시선은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냉철한 반성을 지적한다.
누군가는 비만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지구 반대편 누군가는 굶어 죽어가는 세상이다.
이를 어떻게 무슨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바르다는 이 심각한 이야기를 너무나 유쾌하게 풀어간다.
중간에 트럭을 손으로 잡는 씬이나
자신의 늙은 손을 빅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군, 하며
그들 속 '나'의 솔직한 삶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는 '이삭줍기'에 대한 다른 화가의 그림도 나온다.
밀레의 그림은 단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에서도 이삭을 줍는 사람들에 대한 그림.
빌레프랑쉐 미술관에 보관된 에드완의 그림. 처절한 삶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 한다.
내가 소비하고, 버리고, 귀찮아 했던 그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했던 모든 것 인지 모른다.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거울 속 내 모습처럼 솔직하게 까발려진다.
겸손하면서, 정직하게, 본질에 접근하며, 더군다나 위트가 가득한 이 작품을
난,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줍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아그네스 바르다 할매. 200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그녀가 방한했다.
그녀의 나이 이제 80세가 넘었다. 이런 분들이 오래 사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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