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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 엉엉 울고 말았다 '메리와 맥스'




★★★★★

 


메리와 맥스
(mary and max, 2009)

 

각본, 감독/ 아담 엘리어트.

호주 클레이 애니메이션.

 

2009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

2009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랑프리.

2009 베를린 국제 영화제 청년영화상.

 

고백컨대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고 말았다.

보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미소짓다가, 크게 웃다가, 피식 거리다가, 놀랍다가,

슬프다가,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가, 마침내 펑펑 눈물이 쏟아졌고,

엉엉 소리내어 울기까지 했다.

 

난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누군가를 향해 '메리와 맥스'에 대한 감상글을 남긴다.

별 5개 만점 영화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아담 엘리어트 감독이 말하는 바는,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어도 친구를 선택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즉, 태고난 환경은 어쩔수 없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라, 라는

단순한 메세지이다. (모든 진리는 단순하지 않던가.)

 

이제 8살 메리와 40이 한참 넘은 맥스가 편지를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리 얘기하면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둘은 만나지 못한다. 정말이냐고? 그렇다.)

 

          8살 메리                                    아빠 노엘                                엄마 베라



호주에 사는 메리의 눈은 진흙웅덩이 색. 친구가 없는 외톨이 신세.
아버지 노엘의 직업은 티백에 실을 붙이는 일. 기계와 다름없다.
고작 취미가 새 박제를 만드는 것.
엄마 베라는 골초에 알코올 중독, 심지어 쇼핑하다가 물건까지 훔친다.
메리는 이런 가족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같은 가족이지만 저마다 외로운 사람들에 불과한다.


 


                           여긴 뉴욕                                                  맥스 호로비츠


이 사람은 뉴욕에 살고 있는 맥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고도비만이다.

복권사는 걸 좋아하고, 혼잡한 도시와 섞일 수 없는 사람들 곁을 떠나

달 같은 곳에서 조용히 사는 것이 꿈이다.

맥스의 유년시절. 그의 아버지는 맥스와 엄마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고

엄마는 맥스가 여섯살 때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이런 메리와 맥스의 공통점.

없는 것은 '친구'고 많은 것은 '상처 뿐'이라는 것.

둘은 공통점 때문에 나이 차와 공간을 극복하고 우정의 펜팔을 시작한다.




                                             (호주는 브라운 톤, 뉴욕은 그레이 톤이다.)

맥스의 인생 목표는 세가지.

진짜 친구를 가지자.

모든 노블렛을 모으자.

평생 먹을 초콜렛을 사자.

 

맥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하나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관심사와 활동에

상동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 병이다.

(상동증_ 어떤 특정한 행위를 장시간에 걸쳐 반복 지속하는 증세.)

 

 

메리의 아빠 노엘은 은퇴 후 바닷가에서 금속탐사 취미활동중 파도에 휩쓸려 죽고

엄마 베라는 술에 취해 독이 든 병을 술병으로 착각하고 음독자살 꼴로 생을 마감하고

메리는 유산으로 받은 돈으로 대학에 가서 정신병을 공부한다.

 

서로를 위로해주는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둘의 우정은 어느새 접착제보다 끈끈해진다.



 



메리는 데미안과 결혼.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공부에서도 성과를 이룬다.

맥스를 연구대상으로 삼은 그녀의 논문은 상을 받게 되고 책으로 발간된다.

메리는 기쁜 마음으로 맥스에게 책을 보내는데......

여기가 스토리의 터닝포인트.

 

맥스는 자신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한 혼란스런 배신감을 느끼고 불쾌해지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타자기에서 M을 뽑아 메리에게 보낸다.

한마디로 절교선언이다.

우정이 아니라 자신을 학문적 도구로 이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분노하여 타자기 M을 뽑아버리는 맥스, 이를 받고 절망하는 메리) 

메리는 충격과 자책으로 자신의 책과 경력을 스스로 폐기처분한다.

그녀는 점점 폐인이 되어가고 자신의 얼굴에서 죽은 엄마 베라의 망령을 보게 된다.

불행은 겹치고 남편 데미안은 뉴질랜드 펜팔 친구와 사랑에 빠져 메리 곁을 떠난다.


 


 (남자다!)



메리의 고통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만가고...

이제,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감동받은 장면이 나온다.

 

방 바닥에 풀어진 실타래. 메리는 약을 먹고 자살을 결심하는데...

이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케 세라 세라'이다.

Whatever will be will be (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지 뭐' 쯤으로 잘못 해석되는 '케 세라 세라'

가사가 길지만 음미해보자.

가수 겸 배우 도리스 데이의 노래다.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내 나이 아주 어릴 때
I asked my mother,
어머니에 물었어요.
What will I be?
난 커서 뭐가 될까요?
Will I be pretty?
내가 예뻐질수 있을까요?
Will I be rich?
부자가 될까요?
Here's what she said to me.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어요.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The furture's not ours to se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When I was just a child in school,
내가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때
I asked my teacher,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What will I try?
뭘 해볼까요?
Should I paint pictures?
그림을 그릴까요?
Should I sing songs?
노래를 할까요?
This was her wise reply.
선생님의 대답은 이랬어요.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The furture's not ours to se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When I grew up and fell in love.
내가 자라서 사랑에 빠졌을때
I asked my sweetheart.
난 내 연인에게 물었어요.
What lies ahead?
우리앞에 무엇이 있을까?
Will we have rainbows?
무지개가 있을까?
Day after day?
날마다?
Here's what my sweetheart said.
내 연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The furture's not ours to se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Now I have Childrenof my own.
내가 내 아이들을 가지게 되었을때
They ask their mother.
그들이 내게 물었어요.
What will I be?
커서 무엇이 될까요?
Will I be handsome?
멋있게 될까요?
Will I be rich?
부자가 될까요?
I tell them tenderly.
난 내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말하죠.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The furture's not ours to see.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Que sera, sera,
케 세라 세라
Whatever will be,will be
무엇이 되든지 간에



 



 

이 주옥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감독의 선곡 능력이 탁월하다.)

메리는 약을 먹는다. 주위가 검게 칠해지면서

메리는 곡에 맞춰 마치 지휘자 처럼 지휘를 시작한다.

곡은 절정에 이르고 그동안 메리 곁을 스쳐지나갔던 맥스, 데미안, 노엘, 베라의 사진들이

주위를 떠돈다.

그러나...

메리는 자살 조차 자신의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임신 중이었던 것!

 

나중에 맥스는 메리를 용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용서와 절교선언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아끼는 노블렛 컬렉션과 함께 편지를 보낸다.

맥스가 메리를 용서하는 이유를 편지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넌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야. 넌 불완전해. 나도 그렇고.

하지만 우린 친구는 선택할 수 있어.

난 널 선택하게 되어서 매우 기뻐.

넌 나의 최고의 친구고 유일한 친구야."

 

 

1년 뒤. 메리는 태어난 아기를 등에 업고 뉴욕으로 맥스를 찾아간다.

그러나 맥스는 소파에 앉아 죽어있었고 평온한 얼굴표정으로 천장을 향해 있었다.

천장에 그동안 메리에게 받은 수많은 편지들을 붙여놓았던 것.

(중간에 말했죠. 둘은 살아서 만나지 못합니다.)


 



영화는 폭풍 같은 감동을 선사하며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끝난다.
 "신이시여 우리가 우리의 친구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의 변방인 호주, 그것도 크레이 애니메이션이 이런 스토리와 감동을 선사한다.

감독은 앞서 얘기했듯이 탁월한 선곡을 했는데,

메리가 뉴욕으로 맥스를 찾아갔을때 나오는 노래가 '허밍코러스'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에서 여주인공 쵸쵸상(나비부인)이

남편 핑커톤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나오는 명곡이다.




프로덕션 노트를 살펴보니 각본에서 스크린화까지 5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일주일에 평균 230초를 찍었고 50명의 스텝이 57주 동안 작업한 결과란다.

6대 캐논 고화질 디카와 모션콘트롤 카메라로 찍은 것.

사용된 인형 수만 212개에 이른다.

만드는 동안 제작진들은 260kg의 토마토와 280kg의 커피 콩을 소비했고,

2600리터의 우유을 마셨고, 7800개의 머핀을 먹었는데 그중 5236개를 감독이 먹었다고 한다.

(ㅋㅋㅋ)

 

 

'메리와 맥스' 스토리는 감독이 펜팔한 경험에 기초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맨 앞 자막에 나온다.)

그리고 감독은 다이안 어버스(diane arbus)의 사진에서 감명받아

맥스의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한다.

(다이안 어비스: 뉴욕에서 활동한 여류사진작가. 그녀가 카메라를 들이댄 대상은 난쟁이,

거인, 거지, 레즈비언, 정신박약아, 정신지체아. 사회의 약자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마약에 중독되고 나중엔 자살함.)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또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

잠시 다이안 어버스의 사진을 감상해보자.


 






(이 사진이 그녀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이다.)


그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는데 '퍼 (fur, 2006)'가 바로 그것.

스티븐 세인버그가 감독했고 니콜 키드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등장한다.

(니콜 여신을 좋아한다면 볼만하지만 다이안 어비스의 일대기 영화라고는 거리가 멀다.

추천 못하겠다.)

 




아담 엘리어트!

이 감독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연 호주 출생이고 '삼촌 (1996)', '사촌 (1998)', '형제 (1999)', '하비 크럼펫 (2004)'

'메리와 맥스 (2009)' 등을 각본, 연출한 애니메이터이다.

여기서 내가 본 또 하나의 작품은 '하비 크럼펫'(24분 단편)

 

 

하비 크럼펫 (harvie krumpet, 2003)

 

 

2003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관객상 수상

2004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수상.

2004 선댄스 영화제 단편영화 특별언급

2003 시체스 영화제 관객상 수상.

 

 

하비 크럼펫은 엄청, 더럽게, 재수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메리와 맥스에서 메리를 뺀 '맥스 버젼'이라고 할 수있다.

감독은 아마도 하비 크럼펫에 메리란 상대를 등장시켜 장편을 만들고 싶었는지 모른다.

 

 

유투브 사이트에서 영문으로 'harvie krumpet' 을 입력하시라.

자막은 없지만 이 영화를 보실 수 있다.

 

 

이 영화는 하비 크럼펫이란 더럽게 재수없는 불행한 사내의 이야기이다.

날 때부터 투렛 신드롬(충동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병.) 환자이다.

1922년 폴란드에서 출생. 투렛 신드롬으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엄마는 그에게 사실(fact)를 가르친다.

 



하비는 이를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성인이 되어도 항상 목에 걸고 다닌다.

팩트의 내용은 이렇다.

 

fact 48

facts still exist even if they are ignored.

무시돼도 사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fact 116

certain frogs can come back to life when thawed. humans do not. 

개구리는 해빙기에 깨어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fact 268

there are three times more chickens in the world than humans.

세상엔 닭이 사람보다 세배 많다.


fact 586

love doesn't conquer all.

사랑이 모든걸 극복하진 않는다

 

 

이 불행한 남자. 집은 불타고, 부모는 누드인 상태로 자전거를 탄 채 얼어죽고,

거기에 세계 2차 대전까지 터진다. 하비는 피난민으로 호주로 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불행은 이어진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병으로 인해 함부로 친구의 코를 만졌다가 맞아서 병원에 입원하고,

골프장에서 번개에 맞아 입원하고,

자석 인간 증세로 인해 입원하고, 그의 불행은 끝이 없다.




공원에서 여느 때와 같이 담배를 피우는데,

시인 호레이스의 동상 밑 문구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 문구를 보게 된다.

깨달음을 얻은 그는 나체주의자가 되고 동물해방론자가 되어 닭을 해방(?) 시킨다.





하비는 담배로 인해 암에 걸려 다시 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나 불행 뒤엔 행복도 찾아오는 법. 

입원한 병원에서 첫눈에 반한 간호사 발레리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루비라는 팔이 없는 (정확히는 팔은 있고 손이 없는) 여자 아이를 입양한다.

그러나 하비에게 허락된 행복은 잠시 뿐.

루비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발레리는 죽고 만다.

 

늙고 병든 하비는 요양원에 들어가고...

이 모든 불행이 자신에서 비롯된 것 처럼 느끼는 하비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나 자살 조차 쉬울리가 없다. (메리처럼 말이다.)

 

그는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깨달음을 얻고 결심한다.

인생은 담배와 같다. 꽁초까지 태워버리겠다, 라고.

이것 역시 엄마가 그에게 남긴 팩트 중 하나이다.







영화 '샤인'의 주인공, 호주배우 제프리 러시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런 단편 작품을 만든 감독이 이를 장편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을 때 옆에 있는 비석, 그 누군가의 이름이 놀랍게도 메리 Mary이다.)



두편 모두 무조건 보시길 권한다.

너무 꿀꿀한 내용 아니냐구요? 천만에요. 놀라운 위트와 재미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영화 중간 중간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면들에서 감독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담 엘리어트 감독에서 펜팔이나 해보자구 할까?

MUST 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