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홍상수
출연/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
홍상수의 모든 영화를 봤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줄거리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한국영화에서 신선한 파문이었고
'모던'한 영화의 탄생이었다.
그 후, 홍상수는 놀라는 생산력으로 다작을 찍기 시작했는데
동어반복을 거듭하면서도 확장하고 변주하는 놀라는 솜씨를 보여준다.
먹물들은 상수의 영화를 보며 낄낄대고 웃다가 극장 문을 나서면 씁쓸함을 맛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대중을 깔보면서(?) 눙치면서 영악하게도 골수팬을 거느리는 현명한 노선을 택한 것이다.
때론 그의 동어반복이 너무 지겨워 더 이상 보지 않겠다, 했지만
다시 볼 수 밖에 없는 '새로움'을 창조하는 몇 안 되는 한국의 대표 감독이다.
그런데 상수의 11번째 영화, <옥희의 영화>는
<첩첩산중>의 확장이지만 헐거운 반복에 그치고 말았다.
스텝 4명만으로 찍었다는 무용담은 비참한 영화판의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순제작비가 2000만원이란다. 장진도 '퀴즈왕'을 독립영화같은 저예산으로 찍었다고 하던데... 대단한게 아니라 오히려 씁쓸하다.
나름 지명도 있는 감독이 이 정도면 다른 감독들의 현실은 그 얼마나 비참할지...)
선균: 사랑해... 이런 감정 처음이야.
유미: 뭐라구?
유미: 밤새 이러고 있었어?
선균: 추워서 술 마시며 기다렸어.
유미: 춥지? 들어가자.
선균: (화색이 돌며) 어... 그럴까?
(수컷의 욕망과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암컷을 가감없이 보여주는게 홍상수 영화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번 반복은 좀 심했다.
단편인 <첩첩산중>은 밀도가 있지만
같지만 다른 영화 <옥희의 영화>는 너무 자유롭게 찍지 않았나 싶다.
자유분방한 게 홍상수 영화의 특징이긴 하지만
이제 질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건 일종의 시기와 질투일 수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앞으로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홍상수 아니면 누가 찍을 수 있을까)
알려진 대로 <옥희의 영화>는
<주문을 외울 날>, <키스 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
네편의 단편을 묶어서 장편으로 만들었는데 좀... 억지가 있다.
사실 네편을 어떻게 묶던, 순서는 그의 영화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다.
1-2-3-4 이던 2-3-4-1 이던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어느 평론가는 이 순서에 대한 의미부여에 침을 튀기더라)
관객들은 4-3-2-1 로 편집을 해도 정리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놀란 건 영화 타이틀 부분이다.
전작에서도 성의없는(?) 타이틀 씬을 선보였던 그였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이걸 돈 주고 봐야되는지 씁쓸할 정도로 무성의했다.
그는 분명 천재적이지만 게으름은 탓하고 싶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다보니 그가 택한 방법은
촬영장소이다.
(강원도의 힘-- 당연 강원도.
생활의 발견-- 춘천, 경주.
극장전-- 종로.
해변의 여인-- 바닷가(태안이던가?)
밤과 낮-- 파리, 서울.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천, 제주.
하하하- 통영.
옥희의 영화-- 서울 건대와 아차산.
차기작은 여수에서 찍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촬영장소의 선택과 묘한 제목은 이제 그에게 영화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내 고향 인천에서도 언젠가 찍기를 바란다.
차이나타운이 나올것 같고 월미도 또한 나오리라.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찌질대는 주인공들이 등장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스토리를 장소를 바꿔 찍는 것도 놀라운 능력이다.
홍상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것을 '일상의 반복 속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답다.
* 영원한 수수께끼 그대 '상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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