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하다.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란 말이 허언이 아니다.
강우석의 <이끼>와 같은 과의 영화이지만
극명한 수준 차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았고
촬영,연출 또한 뛰어나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놀라운 화면을 선사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무도'란 섬에서 짐승처럼 살고 있는 김복남의
처절한 복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복남은
남편의 폭력과 시동생의 강간. 개 돼지 취급하는 시고모.
무엇보다 방관자인 주민들 사이에서 사람이 아닌 짐승의 삶을 살아간다.
딸은 학교조차 못 보낸다.
도망쳐 봤지만 결국 잡히고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지옥같은 삶.
복남에게 유일한 구원의 존재는 친구 해원 뿐이다.
해원은 어린 시절, 복남을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그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복남.
그래서 해원에게 끊임없이 전화와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해원: 서울은 여기보다 더 살기 힘들어.
믿었던 해원도 결국은 방관자일 뿐이였고 복남은 드디어 홀로 낫을 든다.
처절한 복수, 통쾌하다.
그런데
복남이가 해원의 도움을 받아 서울로 도망치면 모든 일이 잘 풀렸을까.
아마 해원 말대로
서울은 또 다른 '무도'인지도 모른다.
서영희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그녀는 불멸의 대표작을 갖게 된 것이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 후반, 생애 처음으로 뭍에 도착한 복남이가
경찰서에서 해원에게 복수를 하는 부분이
너무 점프컷이다.
그리고 '차도녀' 해원 역은 좀더 연기파 배우가 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복남과 해원의 어린 시절 장면이 너무 자주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창동의 <시>와 함께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고 싶다.
장철수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 추신
영화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 모두 죽는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해원 뿐.
그러나 그녀는 서울에서 '할 일이 있어' 살아남은 것뿐이다.
우리는 과연 할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포함한 방관자들이 이 영화를 보면 가슴이 뜨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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