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블루스 (上海之夜, 1984)
감독/ 서극
출연/ 엽천문, 장애가, 종진도
베이징과 텐진을 점령한 일본은 전쟁을 상하이로 확대시킨다.
장애가와 종진도는 이 전쟁의 한복판 상하이에서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폭격으로 인해 도시가 정전되고 둘은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채 이별을 하고 만다.
시간은 흘러 전쟁이 끝난 상해.
장애가는 카바레 무희가 되어있고 종진도는 작곡가를 꿈꾸며 삼촌과 광대 노릇을 하여 생계를 이어간다.
장애가와 종진도는 전쟁 중 만났던 다리를 찾아가서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늘 엇갈리고 만다.
이와중에 촌뜨기 엽천문이 상해로 오면서 세 사람간의 엇갈린 사랑이 펼쳐진다.
종진도가 자신이 작곡한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OST 만풍 (Night breeze)에 맞춰 종진도와 엽천문, 종진도가 찾는 여자 액자,
장애가와 만났던 다리, 상해 거리를 몽타주로 보여준다.
엽천문의 표정은 말그대로 만풍을 즐기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다.
서극은 이 영화를 마치 찰리 채플린에 대한 오마주 같이 만들었다.
(우산 씬은 찰리 채플린 그 자체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며 경극 같은 요소도 과감하게 차용한다.
(장면 속에 숨어있는 도둑을 찾아보세요.)
이 씬은 서극의 뛰어난 공간 연출을 보여준다.
종진도 집에 도둑이 들어오고 한 사람 씩 등장인물이 추가되면서 펼쳐지는 요절복통 씬.
놀라운 구성과 인물의 동선이 절묘하다.
중간에 '캘린더 걸' 사건같은 코미디가 이어지면서
종진도는 장애가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자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장애가는 종진도를 사랑하는 엽천문을 위해
그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홍콩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탄다.
영화는 기차처럼 라스트를 향해 경쾌하게 질주한다.
종진도가 작곡한 노래(만풍)가 드디어 유명 가수에 의해 방송을 타는 날.
장애가가 떠난 것을 알고 있는 엽천문은 고뇌한다.
서극은 이 장면을 실루엣으로 처리했다.
결국 고백하는 엽천문. 달리는 기차와 종진도!
기차에 올라타고 드디어 사랑의 결실로 영화는 해피앤딩이다.
서극의 연출력, 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지만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단연 황점(james wong)
만풍 너무 좋다.
영화배우이며 뮤지션인 그는
황비홍, 소오강호, 첩혈가두, 영웅본색, 천녀유혼 등등 주옥 같은 음악을 만들었다.
홍콩 영화음악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장애가는 현재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중이다.
(극중 물벼락 맞는 역할로 카메오 출연한 서극 감독.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서극은 초기에 최가박당, 촉산, 상하이 블루스 같은 장르를 뛰어넘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줬는데 헐리웃으로 가면서 망가지는 대표적인 감독이 되고 말았다.
1998년 헐리웃 데뷰작 더블팀은 그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조연상, 최악의 커플상 등을 받았다.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영화들에게 시상을 한다. 매년 오스카 발표 전날에 한다.)
실패를 맛보고 홍콩으로 돌아온 서극은 옛 영화를 못 잊고
2002년에 촉산전을 리메이크하지만 주성치의 소림축구에 발리고 말았다.
(국내 출시 비디오. 헐 이런, 연소자 관람불가라니... 이해가 안 된다.)
꽤 오랜전에 청계천 황학동 시장을 뒤져 찾아낸 비디오.
예전에는 많은 비디오를 소장했는데 이사가면서 버리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지금은 몇 장 밖에 없는데, 그 중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테잎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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