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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1) 이라크전쟁은 자위행위다! '자헤드'



★★★★★



이라크전쟁은 자위행위다! ‘자헤드’

 



자헤드 (jarhead, 2005)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제이크 질렌홀 (스워포트 역)

         피터 사스가드 (트로이 역)

         제이미 폭스 (사이크 상사 역)

 

 
'자헤드'와 '허트로커'는 이란성쌍둥이이다.

같으면서 다른 영화란 얘기다.

허트로커는 '00일 남았다.'는 식으로 극이 진행되는데

자헤드는 '00일 지났다. 식이다.

다시 말해,

허트로커는 전쟁에 대한 공포와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진행되는데 비해

자헤드는 전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자헤드(미해병대를 일컫는 속어) 대원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 묘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전적으로
실제 참전 해병대원 출신인 안소니 스워포드의 공이 크다.

자헤드는 그의 베스트셀러를 재능이 뛰어난 샘 멘데스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교관 앞에 빠짝 쫀 인물이 스워포드이다.)

영화는 스워포드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스워포드는 군대에 왜 지원했을까?

대학에 떨어져 갈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훈련소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을 연상케 한다.

훈련할 때 나오는 음악이 don't worry be happy이다.

그런데 과연 스워포드는 '해피'할 수 있을까.

 

 

 

스워포드의 아빠는 월남전 참전 중 잠시 휴가를 나와 그를 만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책은 베트남 전쟁 만화책이며 대입 준비를 위해 읽는 책은 까뮈의 '이방인'이다.

샘 멘데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에서 가족을 겉이라도 멀쩡하게 그렸지만,

이 영화에선 대놓고 까발린다.

스워포드의 여동생은 정신병원에 있고, 엄마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아빠는 식탁에서 조차 살벌한 존재이다.

이런 환경에서 스워포드는 대입에 실패하자 도망치듯 군입대를 한 것이다.

 

 

그런데 스워포드 같은 자들이 자헤드에 넘쳐난다.

그들에게 전쟁은 메트로이드 게임 같은 것에 불과하다.


(이라크로 가는 군비행기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이 게임에 대해 얘기한다.)


드디어 그들이 학수고대하던 이라크 전쟁이 터진다.

이라크 전장에 도착한 그들.



(아바타의 첫 장면, 주인공 샘 워싱턴이 행성 판도라에 도착하는 장면과 똑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유전을 지키는 일이다.

대대장 카잔스키 중령은 대원들을 모아놓고 연설한다.

전쟁으로 인해 원유값이 폭등하고 병력은 증강된다.

그러나 적과의 싸움은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


자헤드들은 하루 6회 제식훈련, 텅 빈 사막정찰 하기,

물 마시고 오줌 싸기, 아무도 없는 곳에 수류탄을 던지기 등으로 시간을 때우고

사막도착 62 19시간 16분이 경과하지만 적의 그림자 조차 보지 못한다.

그러는 도중 스워포드의 여친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그는 점점 사막이 되어간다.



(스워포드는 꿈 속에서 모래를 토한다. 이 한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다.)


사막도착 122 5시간 22분이 지나고 병력은 39만 명으로 늘어난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 화약고에 불이 붙어 폭발하는 사건이 터지는데

드디어 적들이 쳐들어왔다며 좋아하는 대원도 있을 정도로

스워포드는 그들과 함께 점점 미쳐간다.


병력은 57만 명으로 늘어나지만 오히려 아군 공군에 의해 폭격이나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만 일어난다.




불 타는 유전. 하늘에서 석유비가 내린다.
스워포드의 대사처럼 땅이 피를 흘린다.

기름을 뒤집어 쓴 말의 등장. 샘 멘데스 감독의 놀라운 연출이다.

 

 

드디어 스워포드와 동료 트로이에게 저격임무가 주어졌다.

이 영화 처음으로 이라크 군인이 등장한다.

(그것도 단 두 명이다.ㅋㅋㅋ)

허트로커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그 영화에서는 적을 저격해서 죽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적을 죽일 기회조차 앗아간다.

저격이 아닌 공습으로 작전이 변경된 것.

트로이는 미친 사람처럼 상관에게 쏘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소용없다.

나중에는 심지어 이들을 데리러 오지도 않는다.



(부대까지 걸어가는 스워포드와 트로이. 그림 멋지다.)

상관 왈 데리러 가는 걸 깜박했다는 거다. 그러면서 전쟁이 끝난다.
이런 블랙코메디가 없다.

결국 적에게 총알 한 방도 못 쏴본 채 그들만의 전쟁이 끝난 것이다.

 



대원들은 어두워진 이라크 밤하늘을 향해 자위 행위하듯 총을 쏴댄다.

베트남전 '미친 시간'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
미친 시간 mad minutes: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3
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 부대 안의 목표물을 제외한 어떤 것에도 자유롭게 총격을 하도록 허용한 시간)

 

스워포드의 전쟁은 그나마 저격임무에 투입된4 4시간 1분이 전부였다.

 





귀국환영행사. 버스에 갑자기 올라탄 전역군인의 씁쓸한 모습은

아메리카의 과거이자 현재진행형이며 또한 참전한 대원들의 미래일지 모른다.

 

스워포드의 짝꿍, 트로이는 전역 후 죽는다. 영화에선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자살로 추정된다.

 

 

 


놀라운 라스트 씬.
창 밖을 바라보는 스워포드. 창 밖 풍경이 사막으로 변해간다.

스워포드의 독백. “내 마음은 지금도 그들과 사막에 있다.


영화의 부제가 '그들만의 전쟁'이다.

영화 속에서 총알에 맞아 한 대원이 죽는데

그 곳은 전장 이라크가 아닌 미해병대 훈련소이다.

 

이렇듯,

자헤드는 총 한방 쏘지 않고 전쟁이 끝나는 묘한 전쟁영화인 동시에

극 중 스워포드가 읽는 까뮈의 책처럼 전쟁을 사유(思惟)하는 실존주의 작품이다.

(실존주의는 세계1, 2차 대전 후에 생겨난 사상이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별 넷 만점에 별 세 개 반을 부여하면서
"
어떤 시기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이 어떠했을 지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영화는 흔하지 않는데,
'
자헤드'가 그러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버트의 평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아메리칸 뷰티'와 '로드 투 퍼디션'을 연출한 샘 멘데스 감독은
전쟁에 나선 젊은이들의 권태와 불안을 다루면서
결국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는 '마스터베이션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제 못지않게 화면을 만들어내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제이미 폭스는 물론 제이크 질렌홀과 피터 시스가드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피터 시스가드는 제이크 질렌홀의 누나, 매기 질렌홀과 결혼했다.





                               (제이크 질랜홀                                  피터 사스가드                              매기 질랜홀)

 




샘 멘데스의 차기작은 놀랍게도 007 시리즈 신작 '본드23'이다.

기대만빵이다.






                                                                                               참으로 대단한 패밀리야~


                                                                          님도 짱이다!   샘 멘데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