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삶은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다 '업 인 디 에어'
★★★☆
삶은 공중에 떠 있는 것과 같다.
업 인 디 에어 ( up In the air, 2009)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출연/ 조지 클루니 (라이언 빙햄) -- 2009 전미 비평가 협회 남우주연상 수상
베라 파미가 (알렉스 역)
안나 켄드릭 (나탈리 역) -- 2009 전미 비평가 협회 여우조연상 수상
2009 LA 비평가 협회, 2009 시카고 비평가 협회, 2009 골든 글로브 시상식 각본상 수상.
2009 전미 비평가 협회 최우스 작품상, 각색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캐서린 비글로우 누님의 '허트 로커'가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상을 휩쓸었다.
'업 인 디 에어'는 6개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개의 상도 받질 못했다.
( '업 인 디 에어'도 좋은 작품이지만 '허트 로커'는 정말이지 굉장했다.)
'업 인 디 에어'는 재밌고, 착하고, 여운이 있는, 장점이 있지만
뭔가 빠진 듯한 단점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굳이 나누자면 이렇다.
초반: 흥미로운 설정, 경쾌한 편집, 최고~~
중반: 지루, 잉 이게 뭐지?
종반: 나름 깔끔한 정리. 쿨~~
월터 컨의 동명소설을 스크린화 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잘하면 각색상 정도는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프레셔스'가 받았다.
'프레셔스'도 꼭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업 인디 에어'는 '불안정한 불확실한 상태'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주인공 라이언 빙햄, 비행기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그의 직업은 '해고 전문가'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조지 클루니 멋지다.)
고용주는 자신이 고용한 사람을 자를 때는 해고 전문가에게 시킨다.
라이언은 영화 속에서 고용주들이 '자기 직원을 손수 해고할 용기도 없다.' 라고 했지만.
아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인트로에 해고된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내 친구, 아는 형, 동네 김씨 아저씨... 그리고 내 모습일 수 있다.
"내가 왜? 난 실적 1위야."
"내가 해고된 걸 알면 가족들은 스트레스로 죽을 거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
"가정 형편이 어렵다."
"빌어먹을~ 잘 먹고 잘 살아라!"
분노하고, 읍소하고, 저주를 퍼부어도 라이언은 능숙한 대처로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 하는 프로이다.
미 전역을 돌며 그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다.
그런 그에게 공항과 호텔은 집이나 다름없다.
공항의 환풍 공기, 인공 조명, 쥬스 자동공급장치 등에서 그는 집같은 포근함을 느낄 정도다.
(알렉스: 이 여자... 선수다.)
라이언이 알렉스를 만난 곳도 물론 공항이다.
그 둘은 어디로 갈까? 예상대로 호텔이다.
영화 중반부에 여동생의 결혼식 해프닝이 일어나면서 (중반부는 정말 지루했다.)
외로움을 느낀 라이언은 알렉스를 만나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아가는데
맙소사~ 그녀는 유부녀였고
라이언은 알렉스의 '현실의 도피처, 휴식, 짬'인 상대에 불과했던 것.
(째려보는 여자: 나탈리)
나탈리는 회사 사장에게 1년중 250일 동안 23명의 직원을 파견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크고 비효율적이라며
화상회의로 해고를 하자고 제안을 한다.
거품 낀 파견 경비 예산의 85%가 절감된다는 그녀의 말에 사장은 솔깃하는데
라이언은 반대한다. 그 방식엔 '품위'가 없다는 것.
사장의 답변이 걸작이다. "배를 찌르나 등을 찌르나 무슨 차이가 있나?"
비행기 안, 해고기법에 대한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나탈리에게
라이언은 우리가 하는 '업무'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신규 해고자가 감정적, 신체적 곤란에 빠지지 않게 대처하는 일. 법적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일." 이 그녀의 답변.
라이언은 '업무'를 이렇게 설명한다.
"상처받은 이들을 공포의 강 너머 어렴풋한 희망이 보이는 곳까지 보트로 수송하는 일.
그런 다음 보트를 멈추고 그들 스스로가 강물에서 수영하게 만드는 일."
해고는 일을 그만두게 하는 게 아닌 새로운 일을 찾아가게 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나름 발상의 전환이지만 해고자들에게 던지는 미끼에 불과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영화의 종반부, 알렉스에게 당한(?) 라이언은 쓸쓸하게 비행기에 오르는데
1000만 마일리지를 기록한다.
"젊은 나이에 그 기록을 달성하다니 대단하군. 고향이 어디요?" 늙은 기장이 묻는다.
라이언의 답.
"여깁니다. (비행기 안)"
(라이언 그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 장면에서 라이언이 이범선의 소설 '오발탄'의 주인공 철호처럼 느껴졌다.)
영화는 라이언의 독백으로 마무리 한다.
"오늘 밤 많은 이들이 꼬리치는 강아지와 소리치는 자녀가 맞아주는 집으로 갈 것이다.
배우자가 그들의 일과에 대해 묻고 그들은 잠들 것이다.
낮에 숨어있던 별들이 나와 그들의 머리 위에서 빛날 것이다.
그 별들을 가르고 좀더 밝은 빛을 내며... 난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보트피플은 다름아닌 자신이었던 것.
영화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이 정도 반영이면 굿!이다.
# 이 영화의 진정한 백미는 앤드 크레딧에 있다. 자막이 올라갈때 극장 밖으로 서둘러 나가지 마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