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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인 디 에어>와 쌍둥이 영화, 땡큐 포 스모킹 (thank you for smoking, 2005)

젤릭 2010. 5. 4. 03:44


★★★☆

<업 인 디 에어>와 쌍둥이 영화, 땡큐 포 스모킹 (thank you for smoking, 2005)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출연/ 아론 에크하트, 마리아 벨로, 캐머론 브라이트, 아담 브로디
         케이티 홈즈. 롭 로우, 윌리암 H 메이시. 로버트 듀발,






담배곽 디자인으로 타이틀 씬을 만들었다. 재치있다.




이런 영화를 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분명 라이트먼은 재능이 뛰어나며 '재미 셔틀'을 할 줄 아는 감독이다.
최근에 <업 인 디 에어>로 각종 상을 휩쓸었고 <땡큐 포 스모킹>은 그의 데뷰작이다. 
그런데 이 두 영화는 놀랍게도 같은 영화이다.
이란성 쌍둥이도 아니고 일란성이다.



<땡큐 포 스모킹>


닉:  담배협회 대변인 겸 로비스트. 달변가.                          헤더:  신문기자. 닉을 이용해서 특종을 터트린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                                           같은 선수끼리 왜 그래~
     헤더에게 이용당한다.




<업 인 디 에어>

                                                             
라이언: 해고전문가. 말로 먹고 사는 달변가.                   알렉스: 유부녀. 라이언은 즐기는 상대였을 뿐.
           그러나 알렉스에겐 '짬'에 불과했다.                              촌스럽게 왜 이래~



주인공 설정, 상대 여성 캐릭터, 다르지만 같은 줄거리,
특히 주인공이 나중에 각성하지만 거기 까지라는 것 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하는 영화이다.


주인공 닉은 담배협회를 위해 일하는 유능한 대변인이며 로비스트이다.
그러나 그가 담배협회를 위해 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어떤 단체에 속해있던 그 단체의 이익을 위해 일할 뿐이다.

그는 협상과 설득의 대가이며 완벽남이고
신문기자 헤더와 잠자리에서 털어놓은 사적인 고백이 그의 유일한 실수이다.
그로인해 그의 커리어에 큰 데미지를 입지만 그의 말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라이트먼 감독은 <업 인 디 에어>와 마찬가지로 가족애를 중시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잡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아니, 그것 외에 어떤 대안이 있어? 반문하고 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린 저당잡혀 사는 인생인지도 모른다.
나는 감독의 너무나 현실적인 가치관에 오히려 질리고 말았다.
주인공 닉처럼 달변가로 보이지만 궤변이고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영화의 미덕으로 거론되는 미국사회에 대한 조롱과 비판...
(사실 비교대상이 되지는 않지만) 마이클 무어의 영화와 살짝 비교해보자.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 러브스토리>)



마이클 무어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특히 최근작 <자본주의: 러브스토리>에서
미국은 더이상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악의 나라'이며
사회체제를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로 바꿔야한다고 '혁명적'인 주장을 한다.
반면 라이트먼은 '개선'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미국 사회에 신랄한 조롱을 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사실 애정을 듬뿍 갖고 있는 사람이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마이클 무어는 나쁜 사회를 확 불살라버리고 새로 시작하자고 외치고 있는 반면에
라이트먼은 잘못된 것을 수리해서 살면 되지 않느냐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마이클 무어 영화의 끝은 화끈하고
라이트먼 영화의 끝은 (업 인 디 에어나 땡큐 포 스모킹 둘 다) 언제나 흐지부지하다.
뛰어난 연출력과 감각적인 편집으로 라이트먼의 영화는 경쾌하게 치닫지만
어떤 묵직한 깨달음을 전해주기에는 함량미달이다.


누군가를 말빨로 현혹시키는 일은 정작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다.
인생을 말빨로 승부를 보기에는 우린 너무 오래 살기 때문이다.



영화 속, 닉은 아들에게 말한다.
토론에서 자신의 논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지 말아라.
상대방의 논점이 틀렸다는 것을 물고 늘어져라. 상대방이 녹다운 될때까지.
그러면 자연스럽게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자본주의의 속성 아니냐고 라이트먼은 묻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러브스토리>와 이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으리라.



* thank you for voting 
  지방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국민은 합법적인 투표로 '괴물정부'를 탄생시킨 과오가 있다.
  바로 잡을 것인가 아님, 이대로 '쓰레기'를 방치할 것인가.
  이것 역시 국민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