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사랑하는 감독들 (한국편)
젤릭
2010. 9. 27. 16:49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만든지 8개월이 지나서야 방문객 만 명을 겨우(?) 돌파했다.
그저 내가 본 영화를 기억하고 싶어 시작한 블로그인데
어쨌든 만 명이 지나갔다는게 신기하기도 하다.
이를 기념으로 두둥~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감독들을 소개한다.
(무순)
박찬욱
물론 <올드보이>가 강하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더 각인된 작품은 <달은 해가 꾸는 꿈>이다.
제목 죽인다. 달은 해가 꾸는 꿈이라니... 이승철이 이를 노래로 불렀는데 이 또한 명곡이다.
지금 다시보면 스토리가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이미지'가 남 달랐던 영화이다.
당시 아이돌 이승철이 출연한게 오히려 독이었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짜릿했다. 분명 기존 영화와 달랐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저주받은 걸작'이라 할 수 있겠다.
홍상수
같은 스토리를 다른 장소에서 반복 생산하는 희한한 감독.
그래선지 업 앤 다운이 있다.
최근 본 <옥희의 영화>는 개인적으로 다운이었지만 변주의 능력은 가히 천재급이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가장 좋았다.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당시 '멍~'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오는구나, 했다.
김기덕
끝장을 보고 마는 감독. 극단적 체험을 선사한다.
카메라가 유려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미장센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가장 천재적인 발상을 하는 감독이다.
때론 질려버리고 때론 아찔하고 때론 경이롭다.
<빈집>을 그의 베스트로 뽑고 싶다.
이창동
한국에서 가장 정치적인 감독. (물론 신동일 감독도 있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 펜 대신 카메라로 소설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소설가 출신답게 가장 짜임새가 있고 극적 구성력이 뛰어나다.
오늘날 <박하사탕>같은 영화가 다시 만들어 질 수 있을까.
최근작 <시>를 보고도 참 많이 울었다.
봉준호
이 중 작품 편수가 가장 적은 감독. <살인의 추억>은 물론 좋았지만 <마더>가 더 강렬했다.
<마더>의 라스트를 잊지 못한다. 어느 감독이 그 라스트를 생각하고 그렇게 찍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병우의 음악 또한 훌륭했다. 장르를 이해하고 영화에 대한 책임감 또한 뛰어난 감독이다.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5인의 대표 감독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영화들은 무조건 개봉 첫날 MUST SEE 이다.
그리고 함량은 아직 떨어지지만 한 명 더.
김태용
<가족의 탄생>만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감독이다.
사고의 넓은 폭과 이를 장면으로 만들어내는 힘이 대단하다.
<가족의 탄생>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차기작,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만추>는 기대가 크다.
내가 사랑하는 감독들의 특징은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물론 흥행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 또한 다르다.
가장 치밀해보이는 봉준호는 매 장면을 꽉차게 만들어 때론 힘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고
홍상수는 반대로 성의없는 화면이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이건 티끌에 불과할 뿐이다.
어찌 이들의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들 중 나의 베스트 감독은... 바로
김기덕이다.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괴물같은 감독이며 가장 영화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쉬임없이 달려왔던 그가 요즘 잠시 휴식기를 가진 것 같다.
차기작을 학수고대한다.